혼자 인도 여행

"아이 줘라 ! "

썸머 썸머 2011. 12. 9. 11:54

 

 

그날 저녁은 야구경기를 구경하기 좋은 때였다.

날씨는 선선했고 양키스팀 투수는 ‘론 기드리’ 우리는 남자끼리만 네명이 구경하러 갔다.

 

2회에 접어 들어 파울볼 한 개가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 아홉 살 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공을 잡으려고 팔을 뻗었으나

뿔테 안경을 낀 35세 가량의 사나이가 그공을 가로챘다.

 

소년은 실망한 나머지 완전히 풀이 죽고 말았다. 커다란 양키스팀 모자를 눈있는데 까지 눌러 쓰고

 헐렁한 야구 글러브를 끼고 있는 그 소년은 거리 모퉁이에서 흔히 볼수있는 평범한 꼬마였다.

 

그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꼬마에게 공을 줘요 !” 그러자 우리 주위의 관중들이 그말을 받아 합창을 했다.

 “꼬마에게 공을 ! 꼬마에게 공을 ! ”

그러나 뿔테안경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공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합창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더욱 커져

나중에는 좌측 외야석 아랫열 관중들도 모두 가담했다.

 

7회에 접어 들 무렵 그 꼬마는 배탈이 날 지경이었다. 주위의 관중들이 땅콩과 소다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자꾸 사주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 일행중 ‘샘’이란 친구가 뿔테안경에게 찾아갔다.

샘이 뭐라고 말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쨌든 뿔테안경이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 꼬마에게 주었다. 꼬마의 얼굴이 밝아졌다.

누군가가 “꼬마에게 공을 줬다 !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자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손뼉을 쳤다.

 

 “꼬마에게 공을 줬다 ! 꼬마에게 공를 줬다 !” 야구선수들이 관중석 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때 진기한 일이 일어났다. 앞줄에 앉아 있던 어떤 사람이 자기가 잡은 파울볼을 그 꼬마에게 건네준 것이다.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가 외야석을 흔들었다.

 

9회말에 콧수염을 기른 어떤 젊은 친구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다가 꼬마를 보더니 주머니에서 공을 꺼내 들었다.

그 젊은이는 “꼬마야, 여기 또 한 개 있다.” 하고 말하면서 공을 높이 던져 올렸다. 놀랍게도 꼬마가 공을 척 받아 냈다. 더 큰 환성 !

 

맥없는 경기를 건성으로 관람하던 수많은 야구팬들이 일제히 앞사람의 등을 두드리며 환호성을 올렸다.

 

그 꼬마는 글러브에 공세개를 담아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리고 있었고 -

 

양키즈의 ‘론 기드리’ 투수가 활약 할때면

꽤 오래된 이야기인데 요즘 우리 이대호가 홈런치는

사직야구장과 별반 다르지 않는 풍경 이지요 -

여기서 경상도 말로 “ 아 주라! 아 주라! ”라고 외처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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