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도 러브

히말라야 4대 성지로 간다

썸머 썸머 2015. 5. 16. 21:11

 

2014년 4월 4일(금) 리쉬케쉬 트레킹 → 카우디 야랴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바로 앞의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다. 옆머리가 길고 흰 머리카락이 많이 보여 들렀는데 100루피 달라는 걸 흥정해 50루피에 간단히 카트만 하고 염색은 호텔 객실로 와서 내가 스스로 했다. 다 마무리 하고 거울을 보니 시원해 멋져 보여 기분이 좋았다. 람줄라에서 데브프라야그까지 강 협곡 길을 따라 75km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를 꼭 완주해 보기로 맘먹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비경 길이 없으니 꼭 도전해 주변 풍광의 수려함을 만끽해 보고 싶었다.

 

 

 

 

 

                                                    한폭의 그림같은 풍광 말라 [Malla]

 

 

 


다시 호텔을 나서서 삼거리로 나아가 버스를 타고 말라에 도착하니 12시였다. 트레킹 시작지점부터 어제처럼 좋은 협곡 일대의 풍광이 수려하게 펼쳐졌다. 언덕길이라 무더워도 눈 아래로 펼쳐지는 푸른 강이 보기에도 시원했고 어제 많이 걸었는데도 색다른 기분을 느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버스와 큰 화물차가 옆을 지나갈 때마다 섬칫 놀라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자연이 선사하는 주변의 풍광에 대한 감흥이 이를 압도할 정도였다. 그래도 조심 또 조심해 걸었다.


어느 정도 트레킹을 즐기다가 점심 식사로 준비한 계란은 내가 즐겨 먹는 요기 거리인데 그만 숙소 식탁 옆에 두고 가져오지 않아서 대신 빵과 바나나만 배낭에서 꺼내 먹었다. 어느 정도 여유를 부리다가 트레킹을 계속 하니 벌써 오후 4시가 다 돼 어제 말라에서 본 것 같은 출렁다리가 또 하나 나타났다. 이 일대의 경치도 일반적으로 접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인적이 없는 그 출렁 다리를 건너갔다가 다시 건너오는데 너무 흔들려 정말 무서워 혼났다. 그런데 내 마음은 ‘아무도 없는 마(魔)


 

의 성 안으로 공주를 구하러 들어가는 왕자’처럼 야릇하다고나 할까. 혼자만 느끼는 묘한 감정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흥분의 정점이었다. 조심스레 출렁다리를 건너갔다 돌아오며 내가 머문 시간은 고작 30여분 정도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다리를 지나다니거나 부근에 머무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러하기에 내가 왔다간 흔적을 그곳에 남기고 싶었다. 우리말에 “쓸모 있는”이라는 뜻으로 “유용한”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그 곳 다리에 내 이름과 비슷한 “유용환 쥴라”라는 이름을 마음속으로 명명했다. 그렇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누군가 이름을 붙여주고 그렇게 불러주면 의미 있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다.

“다음에 이곳을 지나는 한국여행자들이 이 출렁다리를 ‘유용환 쥴라’라고 불러 주었으면 고맙겠다. 외로운 여행자의 반가운 이정표처럼 여겨 주면 좋겠다.”
만약에 내가 2015년에 강고트리로 가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지나게 되면 조그만 팻말을 한국에서 준비해와 붙여 놓고 갈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 성공적인 자유여행자다.


오후 5시경 카우디 야라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락시만 줄라 호텔로 돌아왔다. 위 삼거리 어느 가게에서 계란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와 20개를 샀다. 생닭도 보이면 사고 싶은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저녁에 숙소에서 와이프와 큰 딸과 통화했다. 전화 상 대화를 통해서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다. 이샨 호텔의 여러 객실 중에서 전망이 더 좋은 객실의 하룻밤 숙박료는 800루피라고 했다. 순간 더 좋은 객실에 묵고 싶어 다른 방으로 옮길까 고민하다가 짐을 싸고 옮기는 게 너무 번거롭게 여겨져 그만뒀다. 이 서방과 박 서방 두 사위에게 간단히 안부문자를 보냈는데 회답이 늦게 왔다.

                                                                                                                  - '꽃중년 인도 자유배낭여행' 본문 중에서 _

 

 

 

 

 

 

 


지나가는 사람을 볼 수 없는 이 다리를 필자는 본인의 이름을 따서 ‘유용환 줄라’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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