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금) 델리: 실리포트 경기장
오늘 아침 원 숙소 방에서 처음으로 전기 히터를 이용해 쌀밥을 해봤다. 쌀을 물에 불려서 해보니 약간 진밥인데도 먹을 만 했다. 이곳 인도 식당에서 파는 알랑미로 지은 밥은 찰기가 없이 흩어지는데 이와는 천지 차이로 좋았다. 이제 내가 그렇게 원했던 자가 취사의 길이 시작된 셈이다.
식사 후에는 실리 포트 종합경기장을 찾았다. 1982년 아시안 게임이 열린 곳으로 테니스장· 수영장·사격장 등이 들어서 있고 운동장에서는 인도 국기인 크리켓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탁구장을 찾아 1일 회원권을 50루피에 구입해서 체육관 관리인과 조금 치다가 대학생 둘과 중학생 둘이 치는 탁구게임도 구경했다. 그곳에서 탁구를 치는 사람은 많지 않아 3대의 탁구대는 한가했다. 델리대학교 학생 한 명과 탁구를 좀 더 치다가 점심을 먹고 나니 피곤해 당구장 에어컨 실내에서 좀 쉬다가 돌아왔다
델리대학교 학생과 친선 탁구 게임을 한 후 포즈 취한 필자
1982년 아시안게임이 열린 실리포트 경기장
3월 20일(일) 델리: 홀리 축제(Holy Festival)
“해피 홀리데이, 페스티벌!” 봄이 다시 왔다는 인도 최고의 축제날이다. 오늘 아침 원 게스트하우스를 조금 걸어 나가니 어느 가정집에서 식구들끼리, 50대로 보이는 아버지가 처녀로 보이는 딸에게 또 딸은 엄마에게 빨강 파란 색 가루를 얼굴과 몸에 서로 칠하고 웃고 즐기고 있었다. 내가 지나가다가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으니 그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색 가루를 들고 내게 뛰어와 “해피 홀리데이!”라고 외치며 색칠을 하려고 해서 나는 “노, 노”라고 하면서 몸을 숨겼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내 코에 살짝 노란 물감을 칠 하고 재미있어 했다. 나는 그에게 “쌩큐!”라고 하고 나서 “해피 홀리데이 원더풀!”이라고 말하며 내 갈 길을 나아갔다.
버스 정류소 거의 다 와서는 이번에는 동네 청소년 아이들이 또 색칠을 하려고 덤벼들었다. 나는 도망가다시피 빠르게 피해 달아났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과 말을 걸며 친해지고 싶고 한편으로는 골려주고 싶은 복잡다단한 감정이 오늘 하루 종일 계속되는 거 같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매우 즐거워하는 우리나라의 설날 같은 명절 분위기 일색이었다. 나도 자연스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며 범벅이 된 그들의 얼굴 사진을 카메라에 많이 담았다.
자기네들은 물감이 묻은 옷을 물빨래를 하면 된다고 했는데 내 생각으로는 완전 탈색은 되지 않아 옷을 버릴 것 같았다. 여기 라지푸르처럼 외국인이 잘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내가 그 타깃이 되어 곤혹스러웠다. 인도인들의 가장 큰 축제날이다 보니 시내 상점은 약속이나 한 듯 완전 철시했고 메트로까지도 운행이 되지 않았다.
나는 차를 타고 매일 지나다니는 하누만 사원 바로 건너편의 라지뿔로 걸어갔다.
내게 색칠을 할려고 달려던 그 아저씨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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