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친출발, 고아로 가는 기차에서
2012년 4월 14일(토)
오늘 인도 자유여행을 떠나 온지 2개월째 되는 날이자 고아로 떠나는 날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차역에 오후
12시 30분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하고 기차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기차표를 살펴보니 객차 번호와 좌석번호가 없어 주위 사람들에게 몇 번을 물어봐도 잘 모르겠단다.
코친역에서 내가 타고 가는 기차
오후 2시경 일단 기차에 올라타니 하도 복잡해 2시간 정도 서서 가고 있으려니 열차 승무원이 와서 검표하면서 기차표 위에 볼펜으로 ST 12번 객차와 시트 넘버를 적어 주었다. 입석표가 아니고 내 좌석이 지정돼 있었는데도 짐을 선반에 올리지 못하고 통로에 2시간 이상을 서서 고생을 했으니 이런 경우가 세상에 또 어디 있나 싶었다.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말이다. 그래도 남은 14시간 이상의 긴 시간을 서서 가지 않고 지정된 내 좌석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천만다행이었다.
기차표위에 검표원의 좌석 번호 싸인
그런데 내가 타고 있는 객차가 7번으로 무려 객차 5칸을 짐 두 개와 함께 뒤로 옮겨야 하는데 참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형배낭 15kg은 등에 지고 캐리어 가방 23kg은 손으로 끌고 자나가야 할 열차 통로를 보니 서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입추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설사 짐 없이 맨몸으로도 빠져 지나가도 힘겨울 지경이었다. 지정된 자리로 가서 어찌 하든 앉아 가야 하지만 짐을 들고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가 없어 난감하기 이를 데 없고, 그렇게 괴로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좌측 큰 케리어가 23kg이고 그위의 배낭이 15kg이니, 토탈 38kg의 짐을 가지고 다닌다
그러다 기차가 한 30분쯤 달려가다가 어느 정거장에서 멈추더니 언제 출발 할지 모르게 기약 없이 서있었다. 그렇게 15분 정도 지나니 갈등이 생겼다. 나는 이 기차가 몇 분 후에 출발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으나 ‘때는 이 때다!’라고 판단하고 캐리어 가방은 준비한 쇠고리 줄(개 목줄)로 기차 난간 손잡이에 묶고 나서 열쇠를 채웠다. 그리고 옆에 서있는 사람에게 잠시 봐달라는 눈짓을 한 다음 대형 배낭만 메고 기차에서 내렸다. 무거워서 뛰지는 못하고 제일 빠른 걸음으로 12번 객차로 달리다 시피 걸어갔다.
만약 그 몇 분 상간에 기차가 움직이면 어느 칸 객차라도 무조건 올라탄다는 플랜 B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12번 객차 내 번호 좌석에 도달하니 어떤 50대 인도 남자가 앉아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내 좌석 표를 보여 주면서 “내 자리다”라고 하며 선반위에 배낭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옆 좌석의 몇 사람에게 짐을 손으로 가리키며 “좀 봐 달라!”고 부탁하고 맨 몸 빠른 동작으로 다시 그 객차에서 내려 7번 객차 내 캐리어 가방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아뿔싸 열쇠를 풀고 내 캐리어를 드는 순간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리 없이 이 캐리어는 아무리 복잡해도 기차 통로로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더 잘되었다 싶기도 했다. 배낭은 등에 질 수 있어 기차가 움직이면 어떻게든 올라 탈 수 있지만 손으로 끄는 캐리어는 너무 무거워 기차가 움직이면 들고 올라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끌고 승객들로 막힌 객차 4개 통로를 겨우겨우 빠져 내 좌석으로 오는 데는 무려 30여분 이상이나 소요됐다. 그렇게 내 좌석에 도착해 앉으니 뇌리에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라는 여러 생각으로 허망한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한참동안 정신이 몽롱했다.
그 허둥댄 파라파닌가디 기차역 이다
‘내가 먼 인도까지 와서 이렇게 천신만고의 고생을 하고 있다니… 내가 대체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지만 그래도 난 이러한 자유여행이 좋으니까 행복하지 아니한가?’
오늘 아침식사로는 스리바나스 호텔에서 닭곰탕에 김과 밥으로, 점심식사는 기차 타기 전 역전 식당에서 누들로 간단히 때우고 저녁식사는 기차 안에서 파는 ‘에그 비리아니’로 해결했다.
기차에서는 밤10시에 침대에 누웠다. 덥기는 하지만 밤이고 기차가 달리니 조금 나았다. 11시에 잠들어서 여러 번 깨고 오전 5시에 일어나 혹시나 기차가 코친 역을 지나칠까봐 계속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가 오전 6시에 내렸다.
무려 16시간 15분이나 한 기차로 달려온 셈이다.
이렇게 고생하고 나니 인도 기차에 대해서 느끼고 배운 게 많았고
인도 기차 운영 시스템에 대한 내막을 좀 알 것 같았다.
2015 꽃중년 인도 자유배낭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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