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산 명소 & 국내여행

지하철 -

썸머 썸머 2011. 9. 24. 11:39

여러해 동안 거의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지하철을 타다 보면, 많은 승객들의 얼굴을 익히게 된다.

정기 통근자들 가운데 차에 오르는 순간 책에다 코를 박고 목적지 까지

눈을 떼지 않는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가 있었다.

 

그 아가씨는 의례 출입구 바로옆 손잡이에 우산을 걸어 두었고,

그걸 잊을 뻔한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산은 얼마동안 그 아가씨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한 젊은이에게 말을 걸수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 우산을 잊어버렸네요,"하고 어느날 그젊은이가

수줍어 하며 말을 걸자 아가씨는 그에게 쌩긋 미소를 보냈다.

 

이렇게 하여 두사람은 사귀게 되었다.

그뒤 몇주일 동안 지하철을 타고 나란히 앉아 생기있게

잡담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몇달이 지난 어느날 그들이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들의 말수가 점점 줄면서 여인은 다시 책에

남자는 신문에 코를 박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결혼이 그들의 관계에 얼마나 큰변화를

가져왔는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여인이 습관적인 건망증에 빠져 또 우산을 잊고 내리려 하자

남편이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 당신 우산 !"

 

그것은 첫번째 말을 걸때 보다는 훨씬 덜 유쾌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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