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의 호박초롱'
헬로윈을 며칠 앞둔 어느날 우리집 뒤쪽을 흐르는 강물에 호박이 둥둥
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트럭이 상류쪽에 있는 작은 다리 위를
덜컹거리며 지나가다가 떨어뜨린 호박들 이라고 했다.
나는 출근하기 전에 강둑에 나가 한가롭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안개가 천천히 걷히면서 강가에 부딪혀 흔들거리는 오렌지색 물체들이 드러났다.
나는 무언가 색다른 의미를 찾아보기나 하려는 듯이 그 호박들을 한참동안 살펴보았다.
그러나 호박들이 강물에 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진기한 것이었다. 나는 대학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 호박들을 머리에서 떨쳐버릴수 없었다.
생태학원론을 강의하는 동안에도 자꾸 호박 생각이 났다. 나는 하마터면 느닷없이 웃음을
떠뜨릴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의 중에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 보담도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웃음을 꾹 참고 동식물이 그들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 가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 호박들이 또 생각났다.
그때 난 미국산 멧토끼의 갈색털이 눈이 오는 겨울철에는 왜 하얗게 변하는 가를 설명하는
중이였는데, 갑자기 강물에 떠있는 그 호박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어쩐지 호박들이 떠있는
데로 꼭 되돌아 가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과를마치고 나는 급히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강기슭 호박들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호박은 오히려
일곱여덟 개에서 열두 개로 불어나 있었다.
내가 발길을 돌리려는데 언젠가 우리집에 들른적이 있는 러셀‘이라는 이웃집 사내아이가 나에게 인사했다.
여덟살난 그애는 아주 풀이 죽어있었다. 나는러셀이 그렇게 우울해 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자기만 빼고 온동네 애들이 호박으로 만든 핼로윈 초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아직 핼로윈 초롱을 사주지 않았던것이다.
어린아이의 꿈은 불가능한 것도 많지만 –슈퍼맨처럼 날아 다닌다든가 다른 행성으로 여행하는 꿈처럼 –
아주 작고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내가 그에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러셀, 네 친구들이 갖고있는 호박은 밭호박이지 “ 나는 그런 것 보다 훨씬 더 멋진 호박을
구해 줄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러셀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 그게 뭔데요 ?“ ”강에서 나는 호박이란다 “ 나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강호박이란 것을재배하게된 유례에서부터 그런 호박들이 왜 가을철이면 강물을 따라 이동해
오는가에 대해 멋지게 이야기를 꾸며댔다. 그리고 나서 러셀을 강으로 데려가 호박들을
보여주었다. 그에는 깜짝 놀랐다. 우리는 내 카누를 타고 나뭇잎이 떠다니는 시원한 강물을 가르며 나아갔다.
얼마후 카누는 호박들이 떠있는 곳에 당도했다. 러셀이 농구공만한 호박 한 개를 움켜 잡았다.
내가 카누를 정지 시키고 있는 동안 그애는 끄끙거리며 호박을 끌러 올렸다.
우리는 옛 고기잡이 어부들처럼 배에 전리품을 싣고 돌아왔다. 러셀은 입이
귀까지 찢어질 정도로 활짝 웃으면서 카누에서 내려 비틀거리며 강둑으로
올라갔다. 내가 멀찌감치 떨어저 따라가는 동안 러셀은 끙끙 거리며 호박을
안고 걸어갔다. 그애의 엄마가 집에서 나와 허리에 두손을 짚고서 꾸짖을
태세를 취했다. “ 그 호박 어디서 났니 ?” 그애 엄마가 욱박 질렀다.
“ 그거 훔친 것 아냐 ?” 러셀은 나한테 들은대로 강호박 이야기를 주워
섬겼다. 그러나 그애 엄마는 호박들이 강물에 떠 내려오는 습성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곧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전설을 이야기
할때는 누군가 거들어 줘야하는 법이다. 내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 넌 참 굉장한 강호박을 구했구나 ” 그애 엄마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 강호박 이라니 ?” “ 나도 다섯 개나 가지고 있답니다. 칼로 베어 초롱을
만들기도 쉬워요. 밭호박 보다 훨씬 좋지요 “ 내가 이렇게 말하며 손으로
강쪽을 가르켰다. 강에는 아직 호박들이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날밤 러셀의 집 창문 안에는 헬로윈 호박 초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3살 짜리 아들 저스틴이 웃으며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 엄마, 내 이도 닦고 세리의 이도 닦아 주었어.”
세리는 우리집에서 기르는 나이 먹은 개의 이름이다.
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개의 이를 닦아줄 필요는 없으며 칫솔을
새로 사주겠다고 그 애에게 말했다.
그후 며칠이 지나서 내가 저스틴과 이를 닦고 있는데
그애가 “ 엄마 왜 나한테 새 칫솔을 사준거야?”하고 물었다
“ 네 칫솔로 세리의 이를 닦아 주었다고 했잖니 ?”하고 내가
침착하게 말했다.“
“ 내 칫솔로 세리의 이를 닦아 준게 아니라 엄마 칫솔로 닦아줬는데.”
저스틴이 대꾸했다 .
壬寅年 호랑이해 입니다
봄이 멀지 않습니다 !
건강에 유의하시고
오미크론에 잘 대비합시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