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슈크리아

북극애 도전한 여인

썸머 썸머 2012. 6. 19. 15:26

 

 

찰리는 북극의 밤을 한데서 견딜수 있도록

단련된 몸집이 크고 억센 검은 개였다. 이수캐는 목이 마르면 얼음을 씹었고

꽁꽁 얼어 붙은 물개고기 덩어리를 먹었으며 개가 애완동물 대접을

받지 못하는 북극 지방의 냉혹한 현실을 아무 불평없이 받아 드렸다.

 

 

여성 최초의 북극 단독 탐험에 나선 헬런 세어가 찰리를 데려 온것은

이개가 북극 곰들의 습격을 미리 경고 해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헬런은 찰리 보다는 소총과 조명탄, 그리고 현대식 항해장비와

무전기에 의지해야 할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러나 상상 할수없을 정도로 거친 북극의 환경은 곧 그 문몀의 이기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헬렌의 목숨을 구해 준것은 -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 바로 찰리였다. 찰리는 또한 신뢰와 끈기, 그리고

북극 지방 만큼이나 강렬한 애정으로 헬렌의 정신을 온전하게 지켜 주었다.

 

 

 

                             북극에 도전한 여인

 

 

나는 가죽장화를 신은 발에 끈을 묶고 뒷축 케이블을 채우고 보급품 썰매의 맬빵 끈을

맨 다음 얼음바다로 나섰다. 1988년 3월30일 오전9시. 춥고 청명한 날씨였다.

나는 목숨을건 이 여행에 나서면서 가능한 한 멀리 갈수있기만을 바랐다.

나는 개의 맬빵 끈을 점검 한후 스키를 타고 매끄럽고 하얀 얼음 위를 미끄러 지기 시작했다. 찰리는 개먹이 약 40kg을

실은 썰매를 끄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나는 문명의 세계에 작별을 고하고

북쪽을 향해 전진했다. 나는 이 춥고 바람부는 고장에서 완전히 외톨이가 된것이었다.

앞으로 한달 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된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스키를 타고 가면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섬뜻한 느낌이 들었다.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북극곰이 있나 찾아 보았으나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북극곰이 흰색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찰리는 내곁에서 걷고있었다. 찰리의 목끈이 내 허리띠에 묶여있었다. 에스키모인들은 개가

곰을 쫓아 가지 못하도록 묶어 두라고 내게 경고 했었다. 개를 풀어 놓아 두면 곰이 보일때마다

쫓아가서 개가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몇배나 더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에스키모인들은 곰이 공격해 올것이 학실하다고

 판단 될 때만 개를 풀어 놓아야 한다고 내게 가르처주었다. 찰리도 내게 묶여 있는것을 별로 싫어 하는것 같지않아 마음이 놓였다.

개는 앞서서 뛰어 가지않고 네 곁에서 나란히 걸어가는데 곧 익숙해졌다.

 

 

나는 걸어가면서 혹시 개가 경고의 몸짓을 하지 않는지 줄곧 지켜 보았다. 나는 북극곰이

사람을 해쳤다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있다. 아름다운 북극곰은 영리하고 좀처럼 소리를 내지않으며

인간을 겁내지 않는 육식동물이다. 또 센발톱과 이를 갸지고 있어 인간의 뼈 쯤은 쉽게 으스러뜨릴 수 있다.

나는 걸어 가면서 찰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 찰리야. 이렇게 겁이나긴 난생 처음이야, 곰이 나타나면 네가 경고 해줘야 해.”

나는 하루종일 일정한 속도로 전진했다. 두 시간마다 멈춰서 고탄수화물 액체를 마시고나서

크래커와 땅콩버터 초클릿을 조금씩 먹었다. 쉴때 마나 찰리에게도 말린 개먹이를 주었지만

찰리는 내가 먹는 음식이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는 찰리에게 이렇게 말하곤했다.

 

 

“ 찰리야. 크래커는 몇 개 주겠지만 초크릿은 안돼.” 찰리는 크래커 두조각을 꿀꺽 삼키고

나서 더 주기를 기다렸다. “ 안돼. 찰리. ”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 의지력이 얼마나 버틸지 의심 스러웠다.

오후 7시가 되자 기온이 섭씨 영하 43도로 뚝 떨어지고 시속 40km의 바람이 줄기차게

불면서 눈을 날렸다. 약 18km를 걸은 나는 텐트를 치기로 했다.

걸음을 멈추자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다. 나는 서둘러 천막을 쳤다. 불행이도 내 썰매의

짐들은 마구 뒤섞여 있었다. 레절루투만의 캠프에서 무거운 상자 한 개가 떨어져 짐이 모두 흩어졌다.

몇몇사람들이 나를도와 서둘러 짐을 다시 꾸려주었는데 그 결과가 이모양이었다.

 

 

짐을 뒤지는데 손이 시려 아팠다. 얇은 장갑으로는 손가락이 얼어 붙는 것을 막을수 없었다.

 어서 방한용 벙어리장갑을 찾아야했다. 썰매 양쪽 솜털파카 밑에 벙어리 장갑을 둔것 같은데 찾아보니 없었다.

나는 얼어 붙은 손가락에 피를 보내기 위해 양팔을 바람개비처럼 가능한 한 빨리 휘둘렀지만 효과가 없었다.

아무래도 벙어리장갑이 있어야 할것 같았다.

혹한의 메마른 공기가 세찬 바람 때문에 섭씨 영하 75도 까지 내려가 마지막 남은 내손의

열기 마져 빼앗아 가고 있었다.

 

마침내 나는 옷가지를 넣어둔 가방을 찾아서 장작개비처럼 뻣뻣해진 손가락으로 더듬어 지퍼를 잡았다.

지퍼를 잡아 당기고 가방속에 있던것을 모두 얼음판위에 쏟았더니 벙어리 장갑이 나왔다. 나는 장갑을 집어 손에 끼웠다.

 나는 동상을 막기 위해 다시 두팔을 휘두러면서 손가락에 피를 보내려고 애썼다.

 

10분을 지나니 그제서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피가 다시 돌기 시작하면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 손가락의 통증은 적어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두손이

충분히 온기를 되찾고 손가락의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껑충껑충 제자리 뛰기를

했다.

 

천막을 치고나서 나는 곰이 있는지 살펴 보았다. 찰리는 짐승이 접근해 올 경우 내게 미리

경고해서 충분한 시간을 주려고 천막앞 6m쯤 되는 시야가 트인 곳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찰리를 찾아보니 그놈은 잠을 자는듯 얼음판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별로 미덥지 못했다.

내가 이름을 불러 깨웠더니 찰리는 잠시 나를 처다보고는 다시 자기의 그 털

많은 꼬리에 코를 쑤셔 밖는 것이였다. 찰리는 평생을 북극곰의 고장에서 살아온 개였으므로

이 개의 판단을 믿을 수 밖에 없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오후 8시에 나는 처음으로 베이스캠프를 무전으로 불러 나의 정확한 위치와 기상상태,

그리고 그날 하루 여행한 거리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침낭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천막을 올려다

보며 곰이 저 나일론 천을 찢는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생각해 보았다.

 

 

곰이 나타나다.

 

 

선잠을 자던 나는 새벽 5시30분에 눈을 떴다. 두 손이 부어올라 무엇을 만질때 마다 쑤셨다.

손가락들에는 둘째마디까지 커다란 핏멍울이 맺혀 있었다. 동상을 면한 왼손 새끼손가락만 멀쩡했다.

 피부가 벗겨지면 피가 날것이므로 그 멍울들을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픈손을 뻗어 천천히 지퍼를 당겨 천막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하늘은 청명하고 약한 북풍이 불고 있었다. 아름다운 북극 지방의 날씨였다.

내가 찰리를 껴안아 주었더니 찰리는 부드러운 혀로 내얼굴을 핧았다. 찰리는 500g 쯤되는

개먹이를 맛있게 먹었다. 나는 스토브에 불을 붙여서 얼음 녹인 물로 뜨거운 시리얼을 한그릇 만들었다.

 

 

나는 썰매에 걸터 앉아서 이번 탐험의 첫 번째 아침식사를 즐길 생각이었다. _ 그러나

세 숟가락을 뜨고 나니 시리얼이 얼어 붙고 말았다 ! 더운물을 부어 가면서 될수록 빨리 식사를 마쳤다.

 나는 하루분의 식량을 꺼내 물이든 보온병 네 개와 함께 작은 자루에 담았다.

찰리 생각이 나서 크래커를 몇 개 더 넣었다.

마지막으로 천막을 꾸리던 참이었다. 내가 얼음에 박힌 천막의 나사못을 뽑고 있을때

찰리가 낫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몸을 훽 돌려 처음에는 개를, 그다음에는 개가 노려보는 쪽을 바라보았다.

북극곰 이었다 !

 

암곰 한 마리가 보였고 새끼 두 마리가 그뒤를 따르고 있었다. 곰들은 약200m 떨어진 곳에서 얼음판 위를 뚜벅뚜벅 걸어

 나에게로 오고 있었다. 나는 가슴을 두근 거리며 한손에는

총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조명탄 발사기를 움켜잡고 옆걸음으로 짖어대는 찰리에게로 다가갔다.

 

곰이 사정없이 한결같은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동안 나는 전에 들은 얘기를 셍각해 내려고 애썼다.

시선을 떼지말라. 옆걸음질을 하거나 약간 앞으로 나아가되 절대 뒤로 물러서지 말라.

소리를 내거나 두려움을 나타내지 말고 천막이나 그밖의 커다란 물체 옆에서서 160cm인 내키가 최대로 커 보이도록 하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총을 쏘지말라. 곰에게 상처를 입히면 위험이 더커질 뿐이다.

그리고 절대로 뛰지말라. 인간이 북극곰보다 빨리 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곰의 왼쫀으로 경고 사격을 했다. 요란한 총성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곰은 여전히 다가왔다.

 나는 곰 오른쪽에 떨어지도록 조명탄을 쏘았다. 그래도 곰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또 한발을 쏘았다. 곰은 이제 내게서 불과 30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내가슴이 두근 거리는 소리는

아마 레절루트만 까기 들렸을 것이다.

어미곰은 검은 눈으로 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찰리는 개끈을 팽팽하게 잡아 당기면서

날카롭게 짖고 으르렁 거렸다. 곰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다. 새끼들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새끼들이 따라오자 어미곰은 내 왼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나는 조명탄을 두발 더쏘고

나서 다시 두발을 쏘았다. 곰과 나사이에 경계선을 그으려는 생각에서였다. 곰은 걸음을 멈추고

조명탄으로 그어진 선을 넘을까 말까 궁리 하는듯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듯 곰은 더 닥아 오지 않았다.

마침내 곰은 마지막으로 한번 우리를 노려보고 나서 새끼들을 데리고

터벅터벅 걸어서 멀어져 갔다.

 

곰이 나타났다 떠나기 까지 불과 15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내게는 여러해 처럼 느껴졌다.

총을 잡고서서 북쪽으로사라지는 곰 세 마리를 지켜보는 내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만족감 같은것을 느꼈다.

찰리의 도움만 있으면 곰을 물리칠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나는 짐을 다 꾸리고 나서도 곰이 되돌아 오는지 확인 하기위해 오전10시 까지 서성거렸다.

그 자리를 떠나면서도 줄곧 사방을 둘러 보았다. 그후 한시간 동안은 만사가 순조로웠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약하게 불고 있었다. 그러나 기온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콧김이 얼어

 내가 쓴 푸른색 합성고무 마스크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 붙고 있었다.

 

350m쯤 갔을때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또 곰이 나타났을라구 !

나는 또다시 곰과 대결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총과 조몀탄 발사기를 움켜 잡았다. 찰리는 등털을 곤두세운채 꼼짝 않고 감시 할뿐 아무소리도 내지 않았다.

왜 짖거나 으르렁 거려 경고하지 않는 것일까?

“ 찰리 어떻게 좀해봐 !” 내가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니

그침묵이 바로 신호였다. 찰리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가만히 서있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내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 뿐이었다.

 

이번 곰은 크고 힘센 수놈이었는데 빠른걸음으로 우리에게 닥아오고 있었다. 그놈은 머리를 낮게 숙인채

 북극곰 특유의 아짱다리 걸음으로 걸어왔다. 에스키모인들은 내게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나 나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있었다.

 

이제는 불과 40~50m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는 곰 왼쪽으로 경고사격 한후 다시 연달아 두발을 더 쏘았다.

 그래도 곰은 계속 닥아왔다. 그놈 앞에 조명탄 세발이 더 떨어졌다.

곰은 잠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나 다시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나는 손을 뻗어 개목거리의 고리를 풀 준비를 했다.

 

내가 막 찰리를 풀어 주려는데 찰 리가 개 끈을 잡아 당기며 1m가량 껑충 뛰어 오르더니

내 오른 쪽 귀가 멍하도록 요란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곰은 걸음을 멈추고 찰리를 노려 보았다.

내가 조명탄 몇발을 더쏘자 곰은 서서히 퇴각하기 시작했다.

 

곰은 300m가량 가더니 우리를 돌아 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예의 그 안짱다리 걸음으로

우리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심장이 얼어 붙는것 같았고 무릎이 후들후들 떨렸다.

나는 최대한 빨리 조명탄을 쏘았다. 다행히도 나는 조명탄을 충분히 가지고 왔다.

곰이 고개를 숙이더니 타오르는 조명탄에 코를 갖다댔다. 그러더니 깜짝 놀라서 머리를 뒤로 젖히며 얼음 위에 딩굴다,

다음 순간 곰은 고양이처럼 날쎄게 일어 나더니 올때처럼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 버렸다.

 

 

나는 육중한 화물열차와의 정면 충돌을 간신히 피한 느낌이었다. 나는 찰리를 오랫동안 꼭

껴안아 준후 크레커 몇 개를 주었다. 개는 크레커를 꿀꺽 삼키고 나서 내 다리에 몸을 기대며 더 달라고 졸랐다.

 나는 이미 식욕을 잃은 터 였음으오내 몫까지 개에게 주었다.찰리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크레커를 맛있게 먹었다.

찰리는 북극곰과의 해후가 재미있었던 듯했다.

 

 

 

                                                                       -  1부 끝 -   계속  [총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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