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길동무
내가 저녁과 아침에 하는 일은 매일 똑같다. 야영할 장소를 찾으면 우선 개끈을 묶어 놓고
개에게 먹이를 주고 나서 썰매 두 개를 잘 간수해두었다. 그다음에는 텐트를 치고 무전기 안테나를 설치한 후
레절루트만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남쪽으로방향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외투를 벗어 버리고 스키 탈때는 너무 덥고 거추장 스러워 입지 않는 솜털파카를 입었다.
그 다음에는 스토브에 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었다.
나는 이번 탐험이 30일 이상은 걸리지 않으리라 예상하면서도 식량 - 쌀. 분유. 초클릿가루
오트밀. 그라놀라빵 - 은 충분하게 40일 분을 가져왔다. 음료수는 스토브에 녹인물로 충당했다.
또 한가지 하는일은 오후8시 직전에 아홉 개의 D전지를 무전기에 넣고 내위치를 보고
하고 최신 기상정보를 수신하는 일이었다.
손이 여전히 문제였다. 손의 물집들이 터져 버렸기 때문에 나는 식사때 남은 더운물로 손을 씻고 가제로 감쌌다.
손가락들이 부어 올라서 장갑을 낄때마다 살을 도려 내는 것처럼 아팠다. 손가락이 나을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또 밤마다 얼굴 마스크를 녹여야만 했다. 우리는 줄곧 북풍을 맞으며 걸었기 때문에 마스크는 항상 꽁꽁 얼어있었다.
웃옷도 안감과 겉감 사이에 두꺼운 얼음이 끼어있어 세워 놓을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느날밤 나는 옷속의 얼음이
흘러 내리도록 소매 단을 뜯어 버렸다. 그렇게 하니 모양은 좀 볼품이 없었지만 훨씬 편했다.
찰리와 나는 떨어질수없는 친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7일째 되던날 천막을
칠때 찰리가 그런 행동을 할지는 예상치 못했다. 찰리는 제먹이를 먹고나서 곧 드러누워 자지않고 낑낑 거리며 짖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저녁을 짓는 장소에서 가까운 텐트 입구 앞으로 찰리를 데려다 놓았다. 찰리는 머리를 앞발에 올려놓고 내 움직임을 하나하나 지켜 보았다. 내가 쌀을 담은 그릇에 뜨거운 물을 붓고 밥을 한숫갈 떠서 입으러 가져가자 찰리가 일어나서 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나는 못 이기고 밥을 두숟가락떠서 찰리 앞에 놓았다. 개가 밥을 개눈 감추듯 먹어 치웠기 때문에 나는 평화롭게 식사를 마치려면 등을 돌리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밥을 반쯤 먹었을때 나는 자석에 끌린것처럼 뒤돌아 보았다. 찰리는 개끈이 팽팽해지도록
내쪽으로 기어왔기 때문에 찰리의 두눈은 바로 내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나는 도저히 못본채 할 수가 없어 남은 음식의 절반을 개에게 주고 또 크래커 한줌과 약간의 분유도 주었다. 이제는 개가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만 내가 간신히 끌고 가야만했다. 차리의 다음 목표는 텐트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이 분몀했다.
나는 규율을 엄격히 지키기로 결심했다.
7일 동안 맑았던 날씨가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엷은 얼음 안개속으로 이른 아침 햇살이 비치면서 태양 주위에 히미한 햇무리가 보였다.
날이 밝으면서 얼음 안개는 짙어졌고 안개에 반사되는 햇빛은 부드러운 황금빛 비단커튼을 만들어냈다.
나는 무심결에 그 커튼을 만지려고 손을 내 밀었지만 잡히는 것은 허공 뿐이었다.
그날밤 나는 정해진 시간에 무전연락을 취해 불안한 마음으로 일기 예보를 부탁했다. 테리가 하루 이틀 뒤에 폭풍우가 불오올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이튼날 아침 우리는 일찍 출발했다. 밤새 폭풍으로 바뀐 바람은 점점 거세 지고 있었다. 오전10시 경부터 빙판위의
눈이 바람에 날리면서 시계가 반으로 좁혀 졌다. 뒤돌아 보니 시커먼 구름이 베서스트섬을 뒤덮고 있었다.
오후3시가 되자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보이지 않는 얼음 덩어리에 걸려 넘어지곤했다. 따라서 진전 속도가 매우 느려졌다. 그럭저럭 야영할 시간이 되었다. 폭풍이 얼마나 오래 계속 될지 알수 없었으므로 나는 음료수를 녹일 얼음을 몇조각 잘라서 손이 닿는 거리인 텐트 출입구 앞에 놓아 두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려다가뒤돌아 보니 찰리는 아직 몸을 웅크리고 잘 셍각을 하지 않고 나를 처다보거 있었다. 마치 ‘이 추위를 밖에서 어떻게 견디죠?’ 하고 묻는것 같았다. 나는 북극의 개들이 이보다 훨씬 추운 날씨에도 바깥에서 지낸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개는 평범한 북극개가 아니라 나의 절친한 친구 찰리였다.
나는 개 끈을 풀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 좋아, 오늘밤은 특별히 텐트 입구에서 자도록 해주지.” 그러나 그놈은 내말이 떨어 지기도 전에 곧장 텐트로 달려가 내 침낭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개를 쫓아 뛰어 가면서 엄하게 꾸짖었다. “ 안돼, 찰리. 그건 재잠자리야,”
찰리는 똘똘 말은 꼬리속으로 코를 더 깊숙이 처박았다.
나는 개 목걸이를 잡아 끌었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 밖으로 쫓아 낼거야”
하고 협박했다. 나는 무릎을 꿇고 개를 밀었다. 그래도 끄꺽도 하지 않았다. 무게가 42kg
이나 되는 개를 내가 무슨 수로 침낭 밖으로 밀어 낸단 말인가?
나는 너무 추웠기 때문에 장화를 벗고 살짝 개의 옆자리로 들어갔다.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절실히 필요로하는 온기를 얼마간 얻을수 있었다.
반시간 쯤 지나니 몸이 떨리지 않았다. 나는 침낭에서 나와서 출입구 쪽으로 찰리가 잘 장소를 마련했다. 그런 다음 나는 앉은 채로 발을 침낭 속으로 뻗어 슬쩍 개의 몸 밑으로 밀어 넣었다. 찰 리가 거북해 하는 것 같았으므로 나는 발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마침내찰리는 크게 한숨을 쉬면서 앞발로 몸을 일으켰다. 나는 잽싸게 그놈이 차지했던 자리로
들어가서 몸을 폈다. 승리는 내것이었다. 찰리는 마지못해 침낭 밖으로 기어 나갔다.
나중에 나는 밤동안에 텐트가 흔들리지 않겠는지 확인 하기위해 웃옷을 입고 바깥에 나가서
텐트 끈을 점검했다. 바람 부는 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세찬 바람 때문에 숨도 쉴수 없었고
내 얼굴은 당장 눈으로 뒤덮였다. 텐트안으로 들어오니 다시 몸이 떨렸다. 게다가 곰이 나타날까봐 걱정이 되기도했다.
나는 침낭 속으로 들어가면서 손을 뻗어 찰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규율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개를 곁에 두고 있으니 기분이좋았다.
폭풍에 갇혀
폭풍은 아침까지 계속 되었지만 기온은 영하 29도로 전날보다 훨씬 덜 추웠다. 바람 소리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여행을 계속할수 있을지 알아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침낭에서 나와 간신히 겉옷을 껴입었다. 간밤에 스토브 불에 녹여 얼음을 제거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옷은 차고 뻣뻣했다. 지퍼가 꽁꽁 얼어 잠기지가 않았다. 나는 모자를 쓰고 바깥으로 기어 나갔다.
몸을 일으켰드니 세찬 바람이 덮치며 지퍼를 잠그지 않은 옷자락을 활짝 열어 놓았다. 차가운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 들었다. 휘몰아 치는 눈 때문에 앞이 안보여 나는 비틀비틀 천막을 돌면서 텐트를 고정시킨 로프를 점검했다.그리고 몸을 구부려 길을 더듬으며 되돌아 와서
텐트 안으로 뛰어 들었다. 여행하기는 불가능한 날씨였다.
나는 아침식사를 만들고 손가락을 보살피고 옷의 얼음을 모두 녹여내고 나서 텐트 안에 가는 끈을 메고 옷들을 걸어 놓았다.
찰리는 정확한 예감을 갖고 있었다. 그놈은 아침 나절
내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폭풍은 아랑곳 하지않고 계속 잠만 잤다. 오후5시에 깨어보니 바람이 여전히 사나웠다. 나는 또 한번 바깥에 나가서 텐트 말뚝, 안테나의 위치 등을 점검했다. 이번에는 옷의 지퍼를 잠갔는데도 몸이 바람에 날릴 것만 같았다. 나는 얼른 몸을 숙이고 엉금엉금 기며 텐트 주위를 돌아 보았다. 얼굴을 바람 부는 쪽으로 향할 때 마다 바람 때문에 숨을 쉴수 없었다.
밤중에 깰때마다 여전히 세찬 바람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북극 지방의 봄철 폭풍이 매우 거칠고 오래 게쏙되는 수가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나의 튼튼한 피난처가 고맙게 느껴졌다.
산악 등반때 와는 달리 이곳 대부빙군에는 달리 피할곳이 없었다. 춥고 건조한 북극지방의
대기는 눈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눈이 내려도 알갱이가 곱고 푸서푸석하며, 적설량이 연간 몇티미트에 불과 하므로
눈구덩이가 만들어 지지 않는다.
나는 느릿느릿 아침식사를 하면서 북극곰과 빼앗긴 시간을 걱정했다. 내가 침낭을 뒤집어 쓰고 앉아서 무릎위에 지도를 펼쳐놓고 있을때 갑자기 밖에서 무엇이 깨지는 것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나는 벌떡 일어나 총을 움켜 잡고 텐트 출입구의 지퍼를 열었다. 눈보라 때문인지 아무것도 보이자 않았다. 나는 문간에 쪼그리고 앉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다렸다. 곰이 그처럼 큰소리를 냈을리는 없었다.
찰리도 벌떡 일어나서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곰이 근처에 있다는 눈치는 아니였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잠시후 또 한차례 귀를 찟는 소리가 나드니 텐트앞 1.5m쯤 되는곳의 얼음이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폭풍이 대부빙군을 움직인 탓으로 그 인장력 때문에 얼음이 갈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외투와 모자. 보호 안경을 움켜잡고 바깥에 나가 기다시피해서 그 갈라진 틈으로 가보았다. 얼음에 8cm가량 틈이 벌어져 있었다. 그 정도에 그친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2m쯤 덜어진 곳에 좀디 큰 균열이 생겨 있었지만 그것도 더 벌어지고 있지는 않았다.
나는 허겁지겁 문밖에 쪼그리고 앉아서 60cm쯤 쌓인 눈속에서 썰매를 파내서 천막 안으로 끌어 드렸다. 내가있는 위치는 베서스트섬 해안선에서 800m쯤 떨어진 곳이였다. 폭풍에 밀려 바다의 얼음이 해안선에서 떨어 지거나 해안선을 따라 밀려 올라 감으로써 얼음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라고나는 짐작했다. 스키를 타고 오면서 퍼런 물이 보이도록 넓게 갈라진 곳은 본적이 없었으므로 틈이 아주 넓게 벌어 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이곳은 밑에 물살이 빨라 얼음이 매우 얇아진 곳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반시간 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더니 몸에 쥐가 나고 추웠다.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는
약해졌다. 위급한 상황은 지난것 같았다. 나는 밤을 지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거센바람이
불고 얼음이 갈라지는 이 끔찍한 장소를 어서 떠나고 싶었지만 폭풍 때문에 꼼짝 할수없었다. 내가 할수있는 일이라고는
계속 대피해 있으면서 가능한 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며 사태가 호전 되기를 바라는 것 뿐이었다.
저녁식사는 캐슈너트 몇 개와 보온병의 물한모금 이었다. 스토브에 불을 피운다는것은 엄두도 못내는 일이었다.
불을 피우면 그 소음 때문에 얼음 깨지는 소리를 듣지 못할뿐 아니라
만일 급히 떠날일이 생길 경우 위험 요인이 하나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옷을 입고 장화를 신은채 잠을 잤다. 침낭 속에서 반쯤 자는둥 마는둥 하면서 울부짓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우렸다.
자정 쯤부터 바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내 기도가 응답되어
폭풍이 물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전 6시경에는 짙은 얼음 안개가 엷어 지면서 시계는 400m쯤으로 좋아졌다.
우리는 꼼짝못하게 잡아 두었던 바람이 물러 갔으니 이제 우리는 언제든지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
이름없는 바다. 외딴섬
불운하게도 우리는 폭풍을 만나 얼음이 얇은 지역에 갖혀 있었다. 부근에는 폭이 80cm까지
갈라진 틈이 여러개 있었다. 찰리는 갈라진 틈에 조심조심 접근하여 차고 시커먼 물을 내려다 본후 겁을 내며 건너곤했다.
30분 후에 얼음이 다시 움직이며 우지끈하는 소리가 났다.
내 앞에 있는 틈은 서서히 좁혀 졌지만 좀더 멀리있는 틈은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찰리를
재촉하여 얼른 그곳을 뛰어 넘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소라와 함께 앞쪽의 갈라진 틈이 거의 1m로 벌어졌다.
나는 틈이 더 벌어질까 걱정되어 서둘러 달려갔다.
나는 찰리가 건너 뛸때 그의 썰매가 뒤에서 찰리를 잡아 당기지 않도록 썰매를 긴 로프에 묶었다. 개는 먼저 건너는 나를 지켜보면서 자신이 없다는듯 머리를 고추세웠다. 나는 스키의 가운데가 크게 휘어져 간담이 서늘했으나 무사히 건넜다. 그러나 불쌍한 찰리는 거널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몇 센티쯤은 괜찮지만 1m를 어떻게 건너냐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나는 찰리 쪽으로 한손을 내밀고 이름을 불렀다.
2, 3분쯤 후에 마침내 찰리가 건너
뛰었다. 내가 등을 두드리며 칭찬을 해주었더니 찰리는 내 얼굴을 핥았다. 한 두 번 더 갈라진 틈을 건너고 건너고 나더니 찰리는 망설임 없이 건너 뛰게 되었고 때로는 앞장서서 건너 뛰기도했다. 이렇게 1500m쯤 가니 마침내 두꺼운 얼음이 나타났다.
여러번 지체되었는 데도 우리는 그날 43km 이상이나 전진했다. 이제는 해가 지지않고 24
시간이나 내내날이 밝았기 때문에 나는 우리가 계속 이런 속도로 전진 할수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한차례 폭풍을 만나 이틀을 지체했고 폭풍이 지나간 후에는 천막 바로 바깥에 나타난 곰 때문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새끼 두 마리를 거느린 어미곰 이었는데 야위였고 허기져 보였다. 그 어미곰은 찰리가 짖어 대고 내가 조명탄을 몇발 쏘자 물러섰지만 그후에도 4시간 동안이나 근처에서 서성 거리며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고 나서야 비로소 새끼들을 이끌고 북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기진맥진하여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았으므로 썰매에 주저 앉았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우리가 북쪽으로 전진 할수록 곰의 발자국이 점점 줄어 든다는것을 알수있었다.
15일째 되는날 나는 자정이 되기 전에 일어나 서둘러 출발했다. 그러나 우리는 20시간 후에 천막을 쳤다. 썰매에 부착한 거리 측정계는 우리가 그날 56km나 전진 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베서스트섬의 북쪽 끝에 와있었다. 나는 여기서부터 북서쪽으로 얼어
붙은 넓은 바다를 건너 킹크리스천섬으로 갈 작정이었다.
그러자면 나의 항법기술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겠지만, 한편 자북극 근처를 폭넓게 여행하면서 목격하는 모든 것을 기록해 두면 내가 미국과 캐나다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준비중이던 교육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수 있을듯 했다.
나는 또 이여행을 통해눈의 샘플과 기온 자료를 입수해 달라는 캐나다 정부의 주문도 이행할 생각이었다.
이제는 나침반이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현지목측정오(Local Apparent Noon) 도표와 결합해서 사용할 해그림자 시계를 가지고 갔다. 이 도표를 보면 태양이 정남에 위치하는 정확한 시간을 알수있다.나는 또 실험용 ‘전지구위치 파악시스템’도 가지고 갔는데
이 장치를 사용하면 인공위성을 통해 내가 있는 위도와 경도를 알수 있었다. 이러한 장치들이 앞에 펼처져있는
바다를 건널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에게 주었다.
16일째 되는 날에도 자정까지 강행군을 하여 56km를 전진했다.찰리는 너무 강행군을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걸음을 멈추자 찰리는 내 스키 위에 벌렁 누워 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새벽 4시에 다시 일어 났다.
오전이 반쯤 지났을때 우리는 나지막한 얼음 언덕들이 많은 널찍한 장소에 도달했다. 그곳
에서 우리는 여러날 전에 찍힌 북극곰 발자국들을 목격했다. 이때부터 강한 바람이 빙판을
가로질러 불어왔기 때문에 내 스키가 눈속에 파묻히곤했다. 찰리는 발없이 걷는것 처럼
보였다. 걸음을 멈추면 들리는것은 바람소리 뿐이었다. 내가 광대무변한 우주속의 보잘것 없는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나는 기운을 돋우기 위해 찰리를 상대로 말을 걸었다.
찰리에게 우리가 집에 돌아가서 - 나는 찰리를 집으로 데려갈 작정이었다 -
남편 빌과 함께 하게될 이런저런 일들을 얘기 해주었다. 그러나 이런 얼음 바다에서 집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곧 이야기를 멈추고 걷는데 정신을 집중했다. 그날은 자정까지 55km를 전진했다.
이튿날 우리는 새벽 5시에 다시 출발했다. 정오까지 21km쯤 전진하고 나니 북쪽으로 나지막한 섬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킹크리스천 섬이 틀림없었다. 나는 다시 힘을 내서 계속 전진했다. 오후에 해안에 도착하여 항법 장비를 몇가지 점검했다.
그런 다음 GPS를 작동 시켜 내 지도상의 위치를 확인했다. 내 계획은 이섬의 서해안을 따라 섬끝까지 북쪽으로
계속 올라간후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북극에 도달 한다는것이었다. 그곳은 비행기가 나를
태우러 올 약속장소 이기도 했다.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이 몇가지 있었다. 이튿날 나는 월리스강에 이르렀고
이섬의 얼어 붙은 육지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흗어진 바위위에는 오랜지색
이끼가 붙어있고 강둑의 회갈색 자갈밭에는 지난여름의 마른풀이 몇가닥 보였다. 그러나
이곳은 대체로 바람에 씻긴 불모의 땅이었다.
나는 강을 5km쯤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방수봉지에서 조그만 기념품 4개를 꺼냈다. 남편과 부모님, 그리고 나자신의 기념품이었다.
나는 도끼를 몇 번 휘둘러 자갈밭을 헤친다음 샆으로 높이 60cm 정도의 자갈 둔덕을 쌓았다.
그리고 둔덕위의 우묵한 곳에다 기념품들을 올려 놓았다. 나는 남편이 이순간에 뜯어 보라면서 써주었던 편지를 꺼냈다.
“ 이 글을 읽을때 당신은 킹크리스천섬에 도착해 있을꺼요. 자북극에 단독으로 도달한 최초의 여성이 된것을 축하 하오.
우리는 당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오.안전한 귀가를 바라오.
우리는 모두 당신을 사랑하오. “
나는 그글을 둔덕위에 올려놓고 위에 자갈을 얹었다. 킹크리스천섬은 내가 답사 하기로 한
최북단의 섬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섬을 걸어 보는것이 꿈이었다.
나는 이제 그꿈을 실현했고 내가 왔었다는 기념품을 남긴 것이였다.
경사진 얼음판
나는 스키를 타고 해번으로 되돌아 갔다. 두께가 얇은 얼음이 깨저 너비 1~2m의 얼음장들이 널려있었다.
서로 겹처져 있는 것들도 있고 거의 수직으로 서있는 거들도 있었다. 나는
꽤 평평항 얼음판위에 조심스럽게 올라서서 그 위에 온몸의 무게를 실었다. 찰리는 뒷걸음을 쳤다.
안전해 보이는 코스가 보였음으로 내가 끈을 계속 잡아 끌었드니 마침내 찰 리가
천천히 따라왔다. 조금 가다가 나는 스키가 옆으로 미끄러져 급경사진 얼음판으로 밀려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발의 균형을 잡으면서 스키를 벗고 장화신은 발로 얼음을 꽉 눌렀다.
얼음이 우리의 무게를 받아 움직이면서 삐걱 거렸다. 찰리의 신호에 주의를 기우리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으나 일은 이미 저질러졌고 또 그럭저럭 버틸수 있을 것도 같았다.
나는 스키폴로 균형을 잡으면서 조심조심 걸어가다가 다시 발이 미끄러져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우리는 무게 때문에 얼음장이 기울면서
나는 뒤쪽의 물이 차있는 크레바스를 향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얼음장의 윗부분을 움켜 잡았다.
왼손으로 얼음장을 꽉 움켜 잡고 오른손을 내밀어 찰리를 거들어 주었다. 개는 깊은 물속으로 미끄러지지
않을 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내가 사력을 다해 밀어주자 찰리는 힘껏 자기몸과 썰매를
얼음위에 끌어 올려 옆에 있는 평평한 얼음장으로 건너 뛰었다.
내가 엎어져 있던 얼음장은 점점 더 기울어졌고 무거운 썰매가 나를 물쪽으로 끌어 당겼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썰매는 이미 검은 물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멜빵끈을 벗어 버리면 썰매와 그기 실린
보급품 및 장비를 모두 잃게 될 판이었다. 계속 아래로 끌려 가다가
차거운 물속에 빠질것을 생각하니 새로운 힘이 솟아났다.
나는 손으로 얼음장 모서리를 움켜 잡은채 턱걸이 실력을 발휘하여 내 몸과 무거운 썰매를
서서히 끌어 올렸다. 마침내 턱이 양손과 같은 높이 까지 올라왔다. 나는 얼음장의 모서리에 턱을 걸고 나서
목에 힘을 주고 버티며 한쪽 팔을 뻗고 이어서 또 한 팔을 뻗어 양쪽
팔꿈치를 모두 걸칠수 있었다. 내 몸이 경사진 얼음장 위로 올라가자 얼음장의 한쪽 끝이
점점 내려가 마침내 찰리가 기다리고 있던 얼음장과 포개졌다.
나는 네발로 기며 썰매를 끌고 안전한 곳으로 간 다음 기진맥진해서 얼음위에 주저 앉아 숨을 몰아 쉬었다.
찰리도 내가 곤경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아는듯 나에게 기대어 내 얼굴을
핥았다. 15m쯤 가니 얼음이 단단해졌다. 지나온 곳을 뒤돌아 보니 우리가 건너려던 곳에는
얼음 밑에 모래톱이 있는것 같았다. 그 때문에 그부근의 얼음이 특히 약해진 모양이었다.
찰리는 직감으로 위험을 감지했던 것이 분명했다.
찰 리가 말을 할수 있다면 나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줄수 있을것 같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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